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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상의 시, « 오감도 »는 공포의 감정을 세련된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이다. 첫 번째 시인 ‘1호’에서는 독자에게 일상의 규칙에서 벗어난 불안감과 모호한 공포를 체감하게 한다. 시의 주요 장면은 열세 명의 아이들이 길을 달리는 모습으로 시작된다. 그러나 그 아이들 사이에 무서운 아이(괴물)와 무서워하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은 독자의 시선을 바로 사로잡는다.
이상은 작품을 통해 독자의 확신을 서서히 빼앗아 가며, 괴물의 정체와 숫자, 그리고 아이들의 상태에 대해 끊임없는 불확실성을 제공한다. 이 불확실성은 시에 내재된 공포를 더욱 극대화하며, 독자들은 누가 괴물인지, 사건이 어떻게 끝나는지에 대해 알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. 이 모호한 공포의 감정은 괴물의 실체가 숨겨져 있고, 그 숫자조차 명확히 알 수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.
« 오감도 »의 시점은 독특하게도 항공 카메라 시각으로, 독자가 사건을 멀리서 관찰하게 한다. 이 시각은 독자와 시 사이에 거리를 두며, 아이들이 무엇을 모른 채 막다른 골목으로 달려가는 상황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형식을 취한다. 이는 독자에게 더 큰 무기력감과 불안을 안겨준다.
이 시의 진정한 강점은 그 세련된 공포의 연출에 있다. 시의 세련됨은 시대를 앞서간 기법을 사용한 데 있다. 기존의 시가 이미지를 통해 감정을 표현했다면, « 오감도 »는 독자에게서 정보를 빼앗아 불안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했다. 이러한 세련된 접근법은 독자에게 확실성을 빼앗음으로써, 모호한 상황 속에서 더욱 깊은 공포를 느끼도록 만든다.
